의무병썰

 대대에 있던 의무병이 아직도 기억난다. 사실 좋은 쪽으로 기억 나는 것은 아니다. 대대에 의무병이 최대 5명 까지 있는 것을 보았는데 한 명은 항상 병장이었고, 또 한명은 항상 이등병이어서 잘 기억이 안난다. 나머지 3명 중 2명이 가장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 두명은 서로 동기였다. 나랑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던 둘이었는데 의무실에 갈 때마다 항상 꼴불견이긴 했다. 내가 그들을 싫어했던 가장 큰 이유가 자랑•허세 였다. 남녀노소, 나이 구분 없이 허세•자랑 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그 둘은 나보다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한살 차이였다. 그런데도 "나 때는~", "내가 사회에서는~" 이렇게 확인 불가능한 말을 자기자랑이라고 후임들한테 끝 없이 늘어 놓는 것이 취미였던 병사들이었다. 
 그들이 끝없이 자랑하고 자랑한 어이 없는 발언들을 기억에서 없애려고 노력해봐도 없어지지 않는 발언들이 있다. 
 그들은 각각 충청지방보건전문대 응급구조학과 졸업생,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재학생이었다. 전자는 매일 같이 자신이 졸업 후에 바로 건국대학교 병원 응급실에서 당직을 섰었다고 한다. 페이는 월 300 이상 적당히 나왔다고. 그리고 심폐소생술로 사람을 살린 일화를 자랑이라고 늘어놓는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부터 가관이다. 이 의무병은 본인이 정말로 전문보건대에서 2년 동안 의학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대 내 환자가 발생하면 꼭 하는 말이 "본인이 의학에서 배운 것으로는 치료할 수 없을 것 같다. 병원에 가라.". "지금 배가 아픈 거면 한의학 전공자가 필요한데, 나는 의학전공이다. 미안하다. 병원가라." 항상 이런식이었다. 의학을 배운 사람이 해결책을 알려준다는 것 대신에 병원을 가라니? 진짜 아무 것도 모르는 민간인이 의무병 선발됐다고 까부는 꼴로 밖에 안 보여서 우스웠을 뿐이다. 나보다 5개월 빨리 전역했지만 결국 전역 후 준비하는 거라고는 9급 소방공무원이란다. '의학'을 배운 사람이 9급??
 또 다른 우스웠던 의무병은 안경광학과(?) 출신인데, 얘도 위 애랑 별반 다를게 없었다. 위에 애는 응급구조자격증 이라도 있었지, 얘는 미래의 실업자 말고 답이 없는 애다. 의무실에서 유일하게 안경광학과 출신이라고 화생방 안경, 보급 안경을 담당했는데 아는 것도 없고, 모든 일 다 떠넘기고 매일 같이 놀거나 환자 괴롭히는 취미에 빠져 살다가 전역했다. 얘는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확실한 건 미래의 실업자다.
 군대가 멍청한게 의무병들을 무작위로 선발하니까 (나름 관련전공자를 선발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무작위일 뿐이다.) 환자가 치료를 받으러가도 군의관은 09시 출근 ~ 16:30 퇴근이라 진료 절대 안 받으니, 의무병들이 해결을 해줘야하는데 해결이 불가능하다. 왜냐면 의무병들이 아는게 없기 때문에. 그러다가 사람 죽이는거 순식간이다. 나도 물집이 발바닥, 발가락에 엄청 크게 잡혀서 주사 바늘로 흡인을 해달라고 하니, 의무병이 맨살에 주사를 찔러 피를 흡인하니 당황해서 기절할 뻔한 기억이 난다.
 국방부. 아무리 노예가 많이 필요해도, 사람 생명을 생각해서라도 모병제 고려해볼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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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썰 -
#1. ㅁㅁ훈
- 이 친구는 너무 열심히해서 선임들이 진지하게 살살하라고 조언할 정도였고, 간부들은 너도 나도 이런 친구들을 더 부려먹으려고 안달이었다. 결론은 열심히해서 싫어하는 사람들은 없었던 대신에 걱정하고 안쓰럽다고 느낀 사람들은 많았다. 내가 보기에는 안쓰러웠다. 열심히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말을 안 듣더라. 본인은 다리가 잘려도 괜찮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했던 친구인데 지금은 뭐하고 사나 궁금하다. 내가 너 그렇게 열심히 해도 얻는 거, 보상 이런거 하나 없다. 체력 아껴두었다가 나중에 전역하고 열심히해라. 라고 아무리 말해도 절대 듣지 않던 후임.. 다치진 않았나 걱정되기도 한다.


#2.ㅁㅁ진
 - 이 후임은 만인의 적이었다. 아무리 말해도 절대 듣지 않던 애다. 청소를 1 이등병 때부터 도망가고, 개인화기수입 시간 때는 총기분해 방법을 모른다고 가만히 TV키고 보았기 때문에 항상 선임들한테 밉상이었다. 사실 직접적으로 누구에게 피해를 준 적은 없지만 간접적 피해를 많이 주었기 때문에 곧 본인의 후임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어느 날은 개인 체력검정을 하는 날이었는데 아무 것도 준비를 안해와서 그 소대 전체가 혼나고, 걔는 소대 인원들한테 모두 혼나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혼나면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 또한 그에게 마이너스였다. 명령하달에 수긍을 하지도 않았지만, 자기 할 건 챙기는 모습이 주변 시선에서는 좋게만 보이지 않았던 것. 전화할 시간, PX이용시간은 샤워를 포기하면서 까지 철저하게 지키면서 정작 사람 죽을지도 모르는 훈련 준비는 하지 않은 것. 그래도 말을 안들었을 뿐이지 불평은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나랑은 다른 소대여서 상관은 하나도 없었지만, 가끔 그 분위기와 사건에 연루되는 것이 골치 아프긴 했다. 이 친구 만행을 구경하는 맛에 견딜만 한 것 같기도 하다ㅋㅋㅋㅋ


#3. ㅁㅁ우 
 - 후임 중에 나이가 꽤 많았다. 입대 당시 나이가 22이었는데 빠른년생이라서 친구들은 23이라고했다. 그리고 전역하면 25이 되었기 때문에 나이가 적은 편은 아니었다. 얘는 굉장히 똑 부러지게 딱 중간만 하는 얘였다. 할건하고 개인시간에는 TV보거나 책을 읽었다. 그렇다고 장난끼가 많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거나, 운동을 좋아한다거나, 말이 많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냥 할건 하면서 조용했다. 주변에 헤이터도 없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고 편안 거리 유지하면서 생활했다. 다만 가끔은 후임들한테 꼰대 같은 모습도 보이는게 꼴불견이긴 했는데, 이건 정말 대부분 병사들이 상병되면 이런 짓거리 한번씩은 하더라.

선임썰 - ㅁㅁ욱
- 경상남도 창원에서 왔다. 전문대 재학까지 합치면 최소 13년 이상 국어교육을 표준어로 받아왔지만 표준어를 사용할 줄 모르며, 더 큰 문제는 본인이 쓰는 경상도 사투리가 표준어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우', '단디', '아래께', '함' 등등 정말 많은 사투리를 그로부터 배우게 됐다. 오히려 못 알아들으니 나를 무시하면서 신기하게 보는 눈빛이 생생하다. 진짜 솔직히 아직까지도 욕 나온다ㅋㅋㅋ. 그 이후로 그와 말 섞기 싫어서 그냥 예. 아니오. 라고 답하니 알아서 나에게서 멀어지더라. 그게 너무 좋았고, 내가 신병 때 이후로 그와 말을 많이 안 섞은 것이 제일 군생활 잘한 것 같다. 만약에 그와 계속 대화했다면 강제 교육된 사투리만 머리 속에 쌓였을 것이다. 그가 신병 탈출하기 까지 50일을 넘게 기다렸다고 알고 있는데, 아마 50일치 넘는 분을 모두 나에게 풀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한마디로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차근차근 착한척 코스프레하고 설명해주면서 일을 자연스럽게 떠넘길 꾀를 떠올렸어야 헸는데, 처음 본 후임한테 세게 나오니 누가 좋아하리ㅋㅋㅋ그렇게 그에게서 떨어져 나온 현명한 후임이 한둘이 아닌 걸로 안다. 결국엔 힘든 건 본인이었을 뿐이다. 정말 얘는 사투리가 몸에 밴 녀석이라서 누가 와서 불러도 무조건 사투리가 튀어 나오더라. 후임들은 대부분 서울, 수도권 출신이었는데 알아 듣는 이가 별로 없었다. 

중대장썰 - 육사 강ㅁㅁ
 - 중대장 지휘관 뱃지 단지 2년 차에 내가 전입왔다. 첫번째로 인정하는 것은 대단한 워커홀릭이다. 내가 전입 온 날이 전투휴무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정까지 퇴근을 안하더라. 아마 신병 간담회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것 때문이더라도 그 시간까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거지. 심지어 당직을 서고 난 다음 날도 쉬지 않고 계속 근무를 하더라. 물론 당직을 서면서 조금 자기는 할테지만, 이것도 어찌보면 대단한 일이다. 일과부분에서는 선임 중대장 보다 더 잘하고, 열심히하고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인성 부분에서 많은 질타와 비판을 받았다. 부대 안에 육사 출신이 딱 두명 있었는데, 그게 대대장, 중대장이었다. 대대장은 중대장 보고 가끔 점심 먹으러 가자고 챙겨주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맛있게 점심 먹고 오더라. (이 부분은 누구의 잘못도 없다.) 근데 본인이 대대장이랑 점심 먹다 와서 늦었다. 점심 먹었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 점심 먹었는데~ 점심 먹었는데~ 점심 먹었는데~ 이런 얘기를 같은 중대 소속 부사관들한테 끊임 없이 이야기 하는거다. 솔직히 부사관들이 대대장이랑 관계가 있어봤자 얼마나 있겠나. 또 어느날은 대대 축구대회가 있는 날이었는데 병사, 부사관 사이에서 이야기가 끝난 축구대회 로스터를 당일 경기 직전에 본인이 참여하겠다고 다 뒤집고 공격수로 뛰었다. 본인이 제일 못 해놓고 중간 하프타임 때 병사탓 하는 것 보고 장교고, 부사관이고 뒤에서 쌍욕한게 기억난다. 그 다음날 축구경기가 있다고 개인정비시간에 모든 중대 인원을 한 생활관에 집합시켜 놓고 자기가 세운 축구 전략을 지시했던 것도 기억난다. 그리고 역시 모든 병사, 부사관이 가슴 깊이 심하게 빡쳐했다. 축구 전략이 마음에 안들었던 것이 절대 아니라, 하루 1시간 30분 유일한 개인 정비시간을 포기하고 본인의 육사시절 축구대회 이야기를 들어주고, 축구전략을 들어줘야한다는 사실에, 이것 때문에 부모님께 전화도 못하고 바로 청소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청소를 하면 점호 이후 취침해야 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분개했다. 애초에 개인정비시간에 일과를 지시하는 것 자체가 군법에 어긋나는 행위인데, 모든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것, 권력을 쥐고 있으면 한 없이 강해진다는 것은 변함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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