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아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

 나라가 아무리 작고 좁아도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알바를 하면서 백수 아저씨들도 많이 만나는데, 격려와 덕담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있다. 매일 같이 같은 시간에 막걸리, 소주 하나씩 현금 결제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직업은 경비다. 이 분은 술을 마시지만 절주한다. 그리고 나에게 "학생인데 열심히 산다. 응원하겠다." 이런 식으로 짧지만 서로 기분 좋은 한 마디씩 한다. 나도 힘들지만 무얼 하든지 무엇 하나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또 다른 할아버지는 무직이지만 자급자족 농부다. 정말 흰머리만 난 할아버지인데 이 분도 마찬가지로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컵라면이랑 소주를 마신다. 본인은 감자 농사를 하는데 수확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수확할 때에 희열을 느낄 수 감사하다고 한다. 수확한 감자를 친지•친척들에게 나누면 수확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의 하루 일과를 나에게 브리핑한다. 어떤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 이상한 소리하네. 쓸데없는 소리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나이 때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파악할 수 있었던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이 본인이 먹은 음식들은 꼭 청소를 확실히 하고 간다. 처음 부터 망나니처럼 동전 던지고, 반말하는 인간들의 식후자리는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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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근처 인력사무소]
 현재 근무하고 있는 편의점 근처에 인기 좋은 인력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다. 
 인력사무소가 문제다. 인력 사무소에서 구직하는 인원 100%가 40대 이상 남성이다. 대다수가 본 직장을 잃고 막노동 전선에 뛰어드는 경우일 것이다. 
 나는 오늘 인력사무소에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행동을 비판하려고 한다. 사무소에 출퇴근하는 아저씨들이 매일같이 편의점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사고, 어떤 분은 종종 출근 전에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고 출근한다. 그러면서 사장하고 친한 친구다. 사장하고 초등학교 동창이다. 라며 종이컵을 무료로 달라는 사람도 있고, 다시는 편의점에 안오겠다며 나에게 손가락질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에게 얼마 받냐고 묻기도 한다. 최저시급 6,470원 받는다고 하면 자기네들은 일급 25만원 받는다고 자랑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그냥 "네. 부럽습니다." 이러고 만다. 이렇게 고소득자분들이 종이컵 50원 내는게 그렇게 아까울까. 
 그렇게 훔쳐간 종이컵 몇십개는 내 알바비에서 감액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느날은 일 안가는 날이라고 오전 04시 부터 08시까지 소주랑 막걸리를 여럿이서 계속 마시더라. (하여튼 술도 문제고, 아저씨들 인성 자체도 문제다.) 안주를 사는 줄 알았더니만, 술•담배 많이 팔아줬으니 안주를 공짜로 달라는거다. 이렇게 말만 하면 참 좋은데, 이 아재들은 있는게 힘밖에 없어서 무력 쓰는걸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식빵 및 인스턴트 식품을 훔쳐가려고 시도하다 적발되었다. 또 술 취한 상태로 편의점에 들어와 계속 술을 사갔다. 조용히 계산하고 가면 좋으련만 소주랑 병맥주를 냉장고에서 꺼내고 카운터까지 오는데 던져서 깨버렸다. 고의인지 실수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음주상태로 사건을 저지른 것은 경범죄 사유가 아니라 가중처벌 사유다. 그 아재 한 두 사람이 너무 꼴뵈기 싫어서 그냥 내가 청소할테니까 계산만 하고 나가라고 했다. 되래 나에게 부모님 안부를 묻고, 나보고 뭘 잘했냐고 돈을 내라고 하는거냐고 했다. 더 이상 말하기 귀찮고 상대하다가 더 큰일이 벌어질 것 같아 그냥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한국 경찰에게 다시 한번 존경을 표한다. 신고했는데 신고 후 십오분 후에 오더라. 내가 그 아재들 그냥 조용히 집 가라고 일르고 편의점 일행, 소비자들이 말리고 사건이 종료된 이후였다. 경찰은 오자마자 왜 술병들이 깨져있냐고 물었고 별거 아니네라고 혼잣말하며 다시 복귀했다. 나는 최소한 증거확보를 위해 사건현장 사진찍거나 CCTV영상 파일을 달라고 할 줄 알았다. 
 출근하기 위해 술마시는 사람이 지구에 실존하는지 처음 알게됐다. 진짜 뭐같은 인간레기들 많다. 극한직업이 따로 없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망나니 아재 일행이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술값을 몇병 계산하고 갔다. 사실 이전에  깨진 술들은 내가 다 계산했었다. 그 아재는 술값을 무료로 기부한 셈이다. 좋아할 사람은 사장말고 없는게 팩트다...)

[ 편의점 주정뱅이 ]


 인력소 아저씨들 중 두 세분은 술고래다. 일을 나가는 날에는 소주 한병 혹은 막걸리 한병을 거의 기본적으로 매일 마시고, 안 가는 날에는 편의점 앞에서 소주 두 병을 기본으로 마신다. 
 그런데도 매일 멀쩡하게 편의점에 들리는 모습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매일 술을 마시고도 저렇게 정상적일 수 있는 것인지 기이한 현상이다. 그들의 건강이 걱정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저번에는 세 병 정도를 마시던데, 저러다가 안 죽나 싶다. (담배도 매일 한갑 씩 사가심.) 아니면 일부러 남은 재산 모두 술에 소비하고, 기분 좋게 자살하려는 의도일까. 젊게 보면 40대 후반, 늙게 보면 50대 중반인데 저렇게 살다가는 정말 얼마 못가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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