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인권감수성적 고찰

-인권감수성을 기반으로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개선과 실천강화-


<목차>

1. 들어가며

2. 혐오표현과 인권감수성

3. 혐오표현의 법적 규제

4. 혐오표현 법적 규제의 한계 및 대안

5. 나가며


3. 혐오표현의 법적 규제


앞서 설명된 혐오표현은 한국 사회에서도 만연하다.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혐오표현에는 여성혐오, 동성애혐오, 성소수자혐오, 장애인혐오, 이주자혐오 등이 있으며, 한국 사회의 혐오표현 실태와 그에 대한 해악은 심각한 수준이다. 인권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혐오표현의 사회적 합의와 더불어 법적 규제가 도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법적 규제는 처벌을 통해 엄격하게 혐오표현을 규제하겠다는 의미와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행동을 유도하는 기제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가. 혐오표현의 규제의 필요성

 - 1) 표현의 자유 침해

혐오표현 규제에 있어 함께 논의되어야 하는 바는 바로 표현의 자유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에서 보장하는 개인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권리인 기본권임과 동시에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요소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에 상응하는 공익이 인정되어야 국가적인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으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사상 통제 등의 국가권력 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문제이며 표현의 자유는 특히 소수자의 문제로 봐야 한다. 표현의 자유가 가장 우선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말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소수자의 권리로서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표현은 역설적이게도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도 하게된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소수자들의 입을 더 막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2) 존엄성 및 공공선 파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하는 혐오표현은 개개인에 대한 존엄성 파괴로 이어진다. 여기서 존엄성이란 모든 이들이 사회에서 보호와 관심의 적절한 대상으로 평등하게 대우받을 자격이며 사회적 지위이다. 혐오표현은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가치뿐 아니라 자율적 자기결정권,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 혐오표현의 피해자는 자기표현과 권리행사를 주저하며 행동의 자유가 억제된다. 또한 혐오표현은 차별을 만들며, 헌법에서 명시하는 바 인종, 성별, 종교 등에 의한 평등권 이념도 침해한다. 혐오표현은 영혼의 살인으로 개개인의 존엄성과 정체성, 평등권 등 인간다움, 인권에 대한 침해이자 위협이다.

 

 더불어 혐오표현은 우리 사회가 보증하고 약속하는 일종의 포용의 공공선도 위협한다. 공공선이란 인간 개개인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살아가면서 이 사회에서 안전함을 신뢰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혐오표현은 인간의 존엄성과 더불어 사회의 공공선을 파괴하며 사회적 해악을 야기한다.


 - 3) 혐오표현의 위험성

 혐오표현이 야기하는 존엄성과 공공선의 파괴는 혐오표현의 피해자에게 직접적, 간접적 폭력으로 나타나진다. 혐오표현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국가 인권위원회의 <혐오 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를 보면, 혐오 표현에 노출된 소수자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냈다. 혐오표현을 듣게 된 소수자들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혐오표현은 그 자체로 언어폭력에 해당하는 것이다. 또한, 혐오표현이 야기하는 차별과 편견은 폭행, 협박, 강간, 테러 등의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혐오표현이 개인과 사회에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 등으로 인해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가 절실히 요구된다.


나. 범국가적 차원의 법적 조치

 

 현재 한국에서는 성적지향, 이주민, 장애 등에 대한 차별금지를 포함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발의가 있었지만 유예 중인 상태이다.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주요 방법으로 형사법적 처벌, 민사법에 따른 금전적 손해배상청구,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행정적 구제가 있다. 형사적 규제는 행위자 처벌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금지규제 방법이지만 성립요건이 엄격하고 규제의 대상이 한정적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행정적 구제방법은 행위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보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주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형사규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 1) 형사법 규제


     형사법을 통한 규제는 강력한 처벌로 인해 혐오표현 규제에 있어 효과적일 수 있다. 외국 여러 나라의 경우, 혐오표현은 형사법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차별과 혐오발언을 규제하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했다. 2010년 각종 차별금지법을 통합하여 평등법을 제정했고 현재까지 개정을 거듭하고 있으며 영연방의 인종, 민족차별철폐법의 모델이 되어 유럽연합의 차별 철폐 법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인종관계법이나 공공질서유지법을 통해서 인종 차별 등에 대한 혐오표현을 형사 법적으로 처벌한다. 영국이 차별금지법을 적용했지만 법 적용의 어려움이라는 한계가 존재하고 있다. 이에 혐오발언의 규제 대상은 단어, 태도, 문서뿐만 아니라 연극, 공연, 영상, 방송까지 확대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9.11 테러 이후의 인종, 종교증오법이 추가되었으며 축구 경기에서 인종차별적 발언 등 금하는 혐오발언규제에 대한 법이 적용됐다.


독일에서는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규제법이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하지만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인 특별법은 제정되지 않은 실정이다. 캐나다는 제노사이드 선동, 공공장소에서의 혐오선동, 고의에 의한 혐오조장 등의 혐오표현을 연방형법을 통해서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형사법적 규제는 국민에게 직접 형벌을 가하고 성립요건이 까다로우며 처벌 규제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만일 규제의 강화를 위해서 처벌 대상을 확대할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와 규제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형사법적 규제의 경우, 형사적 처벌과 법 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에 대한 지속적인 담론을 통해서 한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 2) 민사규제


형사법적 규제 이외에 민법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한 금전적 보상 등의 민사규제가 있다. 혐오표현의 행위자에게 징벌적 책임을 묻는 것과 더불어 혐오표현의 피해자의 규제와 보상에 중점을 둘 수 있다. 또한, 엄격한 형사법적 규제대상에 따라, 형사법적 규제대상으로 할 수 없었떤 혐오표현을 규제대상으로 할 수 있다. 동성애자, 장애인, 여성 등의 개인과 집단을 일반적으로 지칭하여 혐오표현을 하는 경우에는 혐오표현 금지법이 제정되어야 이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지만 구체적으로 누군가의 실명 등을 거론하는 등이라면 만사상 불법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


 - 3) 행정규제: 차별시정기구


현행 국가인권 위원회법에서는 성별, 종교, 장애, 나이 등을 이유로 고용이나 재화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 등에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적 행위 금지 정도를 규정하고 있을 뿐 혐오표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안핟. 따라서 혐오표현을 차별적 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구제절차와 방법은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상의 인권 침해 및 차별행위의 조사와 구제절차를 준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시정기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경우 혐오표현에 대한 형사법적 규제는 미비한 수준이며, 민사의 경우 실명거론, 명예훼손 등의 수준에서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뤄지는 정도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차별에 대한 인권 침해 및 구제와 시정 요구 등이 이뤄지고 있다. 혐오표현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해 혐오표현에 대한 적절한 형사법적 규제가 이뤄져야 할 것이며, 민사적 규제의 경우에도 명예훼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을 넓혀 혐오표현 피해자가 구제와 보상을 받도록 함이 적절하다고 본다. 이를 포괄하는 법안으로, 이미 논의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시급하다고 본다. 혐오표현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유형에 대한 법적 명시를 해야하며 각 유형에 따라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와 처벌, 피해자 구제가 이뤄져야 한다. 괴롭힘, 차별, 비난 등의 혐오표현의 영역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구제를 위한 민사상 손해배상 영역이 필요하다. 선동, 증오범죄와 같은 영역에서는 형사법적 규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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