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장 썰
군생활을 하고 있을 때 이등병 간담회, 전역자 간담회 라는게 있다. 이등병 간담회는 거의 신병 간담회라고 보는게 맞고, 전역자 간담회는 말 그대로 전역자가 전역 하루 전에 대대장이랑 형식적으로 간담회하고 집 가는 과정 중 하나이다. 이등병 간담회를 하고 대대장, 중대장 판단 아래에 주의, 관심이 더 필요한 이등병이 있다고 생각되면 간담회를 한번 더 한다. 내가 그 중 한명이었다. 대대장실로 가자마자 대대장이 "군생활을 왜 이겨내야 하는지 아냐"고 묻더라, 나에게는 딱 봐도 너무 뻔한 질문이었다. 대대장은 100% "이 시련을 이겨내야 사회에서도 사회생활을 잘 이기고 버텨낼 수 있다." 뭐 이정도 대답을 원했을테다. 나는 한번 떠보기로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랬더니 본인이 군생활을 시작한 계기와 지금도 계속하고 있는 이유를 풀어놓더라.
대대장은 고려대 문과 출신인데 장학금 받을 성적이 안돼서 육군사관학교로 편입했다고 한다. 육군사관학교에 가서 '군인이 돼야겠다.'라는 생각 보다 '공부 열심히해서 졸업하자.'라는 생각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살인적인 체력단련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자퇴를 결심했다고 한다. 육사에서 자퇴 보다 퇴학이 더 쉽다고, 모든 시험을 백지로 제출했다는데 담당교관이 과락면제점을 줘버려서 퇴학 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대대장 본인은 그때 이게 내가 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육사에서도 자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퇴학을 안 시킨거라고 생각하고 지금까지 한 것이라고 한다. 솔직한 마음으로 잦은 훈련 때문에 무릎, 팔도 아파서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 두고 싶지만 자신도 가족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이해가 안된다. '군인이 되고 싶다.' 보다 '공부가 하고 싶다.'라서 육사로 편입했다는 것 자체가 논센스다. 그리고 '군인으로서의 사명감' 보다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의 의식이 더 크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은 논센스라고 생각한다. 결국엔 부사관이든, 장교이든 그들에게는 그저 직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학생 선호 직업 중 하나인 교사랑 다를게 없다. 교사 역시 아이들에게 참교육을 가르치겠다는 생각 보다 안정한 밥벌이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설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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