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새로운 학생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되게 열심히하는 학생이 들어왔다. 숙제를 해도 빠짐 없이 잘 하고 아침에 약속을 해도 약속시간 보다 항상 몇 분 전에 도착해서 준비한다.

 고등학교를 다니다 말고 예술을 한다는 친구인데, 열심히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이 맞는 건지 의심될 때가 있다. 가르쳐줘도 잘 하지 못하고 그냥 못한다. 고등학생에게 고등학생 국영수 문제를 풀어보라 했을 때 못했을 수도 있다. 당연히 잘하는 친구도 있고 못하는 법도 있다. 그런데 이 친구는 공부를 완전히 손에 놓았다가 다시 시작한 것이 보였다. 이유는 사칙연산을 시켰는데 곱셈과 나눗셈을 못했다. 당연히 고등학생이라고 해서 고등학생 수준부터 시작했지만 수준이 바로 드러나 버렸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 커졌다. 다시 사칙연산부터 가르치고 다항식 개념으로 넘어가려고 하니 지수, 밑, 항등식, 부등호 개념을 너무 얕게만 알고 있었다. 이 수준에서 고등학생 공부부터 시작해서는 학생이 좌절감만 느끼고 흥미를 완전히 잃을 것 같아서 중학생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필자도 대학생 1학기 때 첫 전공 수업에서 큰 좌절을 하고 고등학교 기본 공부 부터 다시 시작한 기억이 난다. 필자는 누군가 가르쳐줘서 다시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부족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즉각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찾는 것 조차 어려워서 처방은 더욱 어려울 것이다.

 이 학생은 빨리 대입을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최소 1년은 놀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야 기본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필자도 고등학교 공부를 많이 잃어버려서 관련 전공 수업을 들으면 아마 고교서적부터 시작해서 다시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모든 것을 암기하고 있기는 어렵지만 한 번 공부해 놓으면 다음에 공부할 때 바로 기억나기도 하고 공부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세상에 쉬운 것이 없다.

2018. 11. 20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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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0 . 26 괴수 교수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매주 숙제가 나오기 마련이다. 교수들 마다 과제량과 과제 난이도가 상이하다. 

그래도 학생들은 학기말에 점수를 잘 받기 위해 과제, 출석, 시험준비를 열심히 한다. 과제를 하다가 막혀도 인터넷에서 어떻게든 도움 되는 것을 찾는다. 나 또한 수업을 열심히 듣고 성실히 과제를 하는 학생이었다.

지금 기억나는 괴수 교수는 잦은 실수를 만들어냈다. 과제를 공지하고 학생들이 과제를 하고 있으면 꼭 중간에 과제 내용에 실수가 있었다고 과제 내용을 중간에 변경하고 제출일은 변경하지 않는다. 더욱이 내가 화가 났던 점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 사과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일이 매주 일어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도 학생 나름 계획이 있다. 그리고 과제가 공지된 대로 했더니 다시 하라하면 누가 좋아할것인가? 나는 이런 것에 대해서 대학 교육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교육은 학생들이 고등 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많은 돈을 내고 입학하지만 실상은 졸업장이라는 종이 쪼가리를 등록금을 주고 사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고등 교육은 학교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깥에 있다고 믿는다.

학원 강사로 있으면서 느낀 점 1

한국에서 경제력이 꽤나 높은 동네, 매우 영세한 농촌 두 지역에서 나름 메이저 학원에서 학원강사로 일 해봤음.

두 군데의 학생들 표본도 전교 1등~ 거의 꼴찌까지 다 가르쳐봤는데

먼저 수준이 있는 동네는 학부모들이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매우 높고, 높은 학원비를 지북할 용의가 있음.(willingness to pay가 높다) 학원 사이의 경쟁도 치열한 편이라, 선생님들 학벌도 높은 편임. 나도 수능 1등급대지만 나보다 낮은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음.
내가 자녀가있다면 보내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학원들이고, 교과목도 매우 체계적임. 
애들이 성적 오르는게 눈에 보이고, 보통 수준의 아이들도 최소 1개학년 정도는 수준이 위에 있음.

학부모들 수준도 높은 편이고, 나름 지방에서 고소득자들임. 가르쳐보면 애들 교양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남. 대화를 해보면 말이 통하고 교육 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빠삭한 학부모들도 꽤나 있음.

반면 농촌 학원은 그 흔한 프랜차이즈도 없고 학부모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음.
공부 못하는 학생들 학부모가 꼭 클레임이 많은데 내용도 가관임.
학생들 공부 너무 많이 시킨다 (실제로는 배우는 내용이 비교학군의 20프로도 안됨)
학생 기를 죽인다
애가 욕을 할 수도 있지 왜 혼을 내느냐. 혹은 우리 애는 그런 애가 아니다.

이런 얘기를 꼭 원장한테 가서 함. 내 얘기가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이 이런 클레임으로 애를 먹고, 선생님들도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가르치니 긴장감도 없음. 스스로 자기계발이 전혀 안되는 점에 스트레스를 받고, 나중에 그쪽 학원이 망해도 이직하기 힘들것으로 생각함. 즉 미래가 없음.

공부못하는 학생들 자체도 불만이 많음. 스스로의 수준이 높다고 생각함. 놀러다니는 애들이 태반이고 학원은 코흘리개들 비위 맞춰주면서 원비나 받아먹어도 어차피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끼리 경쟁하니 등수는 잘 나옴. 실제로는 고등학교 모의고사에 1등급은 커녕 3등급이라도 나오면 다행인 친구들임.

맹모삼천지교라고 맹자의 어머니는 3번이나 집을 옮겼다고 하는데, 학군에 따라 집값도 크게 좌우되는게 너무 당연하다는게 5년간 사교육에 몸담으면서 배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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