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친 아재만 가득한 건 아니다. ]

 나라가 아무리 작고 좁아도 나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알바를 하면서 백수 아저씨들도 많이 만나는데, 격려와 덕담을 아끼지 않는 분들도 있다. 매일 같이 같은 시간에 막걸리, 소주 하나씩 현금 결제하시는 할아버지가 계시는데 직업은 경비다. 이 분은 술을 마시지만 절주한다. 그리고 나에게 "학생인데 열심히 산다. 응원하겠다." 이런 식으로 짧지만 서로 기분 좋은 한 마디씩 한다. 나도 힘들지만 무얼 하든지 무엇 하나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또 다른 할아버지는 무직이지만 자급자족 농부다. 정말 흰머리만 난 할아버지인데 이 분도 마찬가지로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컵라면이랑 소주를 마신다. 본인은 감자 농사를 하는데 수확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수확할 때에 희열을 느낄 수 감사하다고 한다. 수확한 감자를 친지•친척들에게 나누면 수확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자신의 하루 일과를 나에게 브리핑한다. 어떤 사람들은 '낯선 사람이 이상한 소리하네. 쓸데없는 소리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 나이 때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조금이라도 파악할 수 있었던 나름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분들이 본인이 먹은 음식들은 꼭 청소를 확실히 하고 간다. 처음 부터 망나니처럼 동전 던지고, 반말하는 인간들의 식후자리는 안 봐도 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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