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했던 하루.


오늘 지금 현재 이 일을 겪고 있다.

현재 시각 2017. 11. 03 05:58.


어떤 30살 최진호라는 사람이 편의점에 와서 돈 좀 빌려달라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고 누군지도 모른다


갑자기 와서 10만원 빌려 주면 06:00시 까지 12만원으로 주겠단다.


그러면서 자기 핸드폰이랑 지갑(민증, 교통카드)을 나한테 줬다. 


급하다면서 막 빌려달라고 했다.


진짜 불쌍해보여서 빌려줬다.


그리고 돈도 없으면서 담배, 커피, 물을 사가면서 이것도 나중에 다 포함해서 갚겠다고 했다.


일단 그를 믿었다.


그리고 현재 06:04가 됐는데 6시 30분 까지만 기다려 달란다.


긴장된다.


그래도 민증 검사도 다 했고, 경찰서도 편의점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망치면 핸드폰 민증 제출해서 바로 신고해야겠다. 편의점에 CCTV도 있고 녹음도 다 해놓았고, 수금만 하면 되는데 시간이 다가오니까 의심스러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일단 일지는 06:06에 작성 마무리하고, 후기도 곧 바로 남겨야 겠다.



채무자 최진호


상황은 이랬다.


현재 시각 06:20. 수금액 11만원.

현재 받은 금액 0원.


현재 나이 30세.


오늘 새벽까지 급하게 갚을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빌릴 곳은 없었다.


이유는 인력소에서 근무하느라 신용이 없다.


인력소에서 오늘 안으로 22만원이 들아오는데 당장 10만원이 없다고 했다.


나는 빌려줬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현재 06:21인데 아직 까지 1원도 안 갚았다. 계속 편의점에 앉아서 가만히 있다.


지갑, 신분증, 핸드폰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상황임.






채무자 최진호 2


현재 06:33


인력소에 연락해서 07시 까지 돈 11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불안해서 최진호가 보는 앞에서 경찰에 전화하고 일단 신고했다.


그랬더니 얘도 엄청나게 불안해서 이러저리 연락하고 바쁜 상황이다.


솔직히 나이 30먹고 인력소 노가다 뛰는데 일당도 10만원 정도 받는다니 불쌍한데 나한테 거짓말을 했으니 죄값은 치러야지.


06시 까지 준다고 했다가 07시로 되고 03:33 부터 똥줄타고 이게 뭐하는 짓이고.





채무자 최진호 3


사건이 종결 되었다.


알고 보니 나한테 돈을 빌려 다른 누군가의 채무를 다 갚고, 또 다시 나에게 빚을 진 것.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의 민증하고 주소, 핸드폰번호, 차용증서를 작성하고 빌려준 것, 상황을 녹음하고 촬영함으로 증거자료를 마련한 것.



그의 아버지랑 통화하고 난리였다.


아무튼 나는 03 : 34에 8만 6천원을 빌려줬고, 09: 30 쯤에 9만원을 받았다.


처음에 불쑥 나타나서 자초지명 자기 상황 설명하며 돈을 빌려달라해서 모르는 사람임에 불구하고 불쌍해서 정말 빌려줬더니 가관이었음.


그의 아버지랑 통화해봤는데 오히려 역지사지 안되고 나에게 화를 냈음.


정말 가정교육과 진짜 흙수저는 따로 있었다고 생각함.


어떻게 집에 10만원이 없어서 아빠랑 싸우고, 아빠라는 인간은 자식이 구치소 들어갈 수 있는데도 돈 때문에 모른 채하고 있었음.


그냥 답이 없는 흙수저 집안이었음.


뭔가 목표의식도 없고, 하루 살기 바쁜 인생.. 그러면 돈이라도 빌리지 말든가 아니면 거짓말이라도 치지 말든가..


정말 상황이 심각하면 무료급식소에 가서 식을 해결하고, 일을 하면 되는데 사지 멀쩡한 상태로 노력도 안하고 매일 거짓말만 치니, 이 인간은 구치소 가서 정신 좀 차리는 게 맞는 것 같다.


결론은 모르는 사람한테 돈을 절대 빌려주지 말자.


소액이더라도, 불쌍한 척 연기를 해도, 혹여나 정말 불쌍한 처지더라도 자발적인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빌려주지 말자. 


나도 조금은 자발적인 마음으로 불쌍해서 빌려줬는데 빌려줬더니 오히려 돈이 없다는 둥 어불성설을 하며 방귀 뀐 놈이 성을 냈다.





채무자 최진호 4


사건 시작 시각 : 2017. 11. 03 AM03:23


사건 종료 시각 : 2017. 11. 05

AM 07:32


내가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도 그는 당당했다.


그런데 갑자기 오늘 새벽 미안하다며 남은 돈을 전부 입금했다.


나는 그냥 그가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말려고 했는데, 역시나 그런 사람이었다.


아마 그는 편의점 야간 근무자 상대로 이런 사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고 성공했을 것이다.


그리고 편의점 야간 근무자로 나를 공략한 셈이다.


그런데 편의점 야간 근무자 중 멍청한 사람이 많았나 보다.


아마 현금으로 돈을 빌려주고 증거가 남지 않으니 그런 방법으로 여러 근무자 상대로 돈을 뜯어 냈다 보다.


멍청하면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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