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23 공부를 안 한 이유

  지금 학교 홈페이지에 몇 개의 과목의 성적이 공개됐고 나는 매우 실망했다. 어느 정도 예상치가 생기기 마련인데 전혀 반대로 성적은 내 예상치 보다 다 낮다. 당연히 A+를 기대했던 성적은 A0가 나왔고, 못하긴 했어도 과제를 모두 제출한 수업도 C0 정도 예상했는데 D+가 나왔다. 정말 내 자신이 지난 학기 무엇을 했을까 고민을 하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지 반성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공부를 안 한 이유를 꼽자면, 1) 학업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게 많았다. 매주 교육 봉사 활동을 했다. 고등학생 친구들 수학 공부를 보조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매주 2시간 씩 했다. 교통편까지 생각하면 매주 3시간 정도. 2) 그리고 학기 시작 6주 동안 초등학생들 컴퓨터 가르치는 일을 했다. 학기 초반 6주이긴 한데, 이 전에 멤버들과 만나서 교재도 만들고 어떻게 가르칠지 의논도 하고, 수업 물품도 구입하고 몇 시간 씩 할애하고 또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첫 6주 동안 매주 4시간 정도 소비했다. 순수하게 초등학생들 컴퓨터 가르치는 시간이 3시간으로 잡혀있었고 교통편 왕복 1시간. 3) 겨울방학 때 가는 해외 봉사 팀 준비를 했다. (내가 실력이 없으니) 운 좋게 교내에서 선발하는 해외 봉사팀 멤버에 뽑히게 되어서 학기 중에 준비를 해야 했다. 해외 봉사 내용도 현지에 있는 학생들 컴퓨터 가르치는 일이다. 대신에 언어도 준비하고, 비자, 예산, 교통, 숙소, 핸드폰 심카드 등등 나름 알아볼 것이 많았다. 오랜만에 가는 해외비행을 준비하는 것이었고 팀 멤버들 중에 해외를 자주 다녀온 사람이 없어서 준비하는 데에 조금 막막했다. 이 것도 약 마지막 6~7주 동안 매주 2시간 정도 투자했다.  4) 교내 MOOC 사업단 TFT 모니터링 요원단 : 학교 MOOC 강의가 열리는데 많이 미흡하다. 미흡한 것을 알았는지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요원단을 선발했다. 하는 일은 학교 MOOC 사이트 오탈자나 오류, 불편한 점을 직접 찾고 보고서에 작성해서 제출하는 일. 모든 강의를 들어봐야 한다는 점이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밖에 없었다. 이것을 왜 했냐면 용돈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겠다. 학기말에 6만원 받았다. 다음번에는 안하든가 요령을 십분 이용해야겠다. 아니 이게 아니고 매주 3시간 정도는 할애한 것 같다. 5) KMOOC 수업 : 사실 학기 중 수업을 들으면서 어느 정도  망할 것을 예상했었던 것 같다. 너무 어렵기도 했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노력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잘할 수 있는 것에 투자를 더 하자 생각했는데 잘 나올 것만 같았던 수업들도 기대 이하로 나와서 매우 당황스럽다. 그래서 어느 정도 망할 것을 예상하고 KMOOC 몇 개를 들었다. KMOOC 수업 3개를 수강하고 수료증을 받았다. 이유는 이 수료증 정도라도 없으면 이번 학기 정말 한 것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처음이지만 한 번 해보았다. 수료증이라도 받아서 다행이지만 정규학기 성적은 아주 말아먹었다. the law of equivalent trade를 예상한 것이다. 하여튼.. 6) 그리고 이제 조금씩 main factor가 많다. 내가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한 것은 바로 RA 활동이다. Resident Assistant 이니까 매일 모여서 점호 준비하고 간단한 청소를 하는 직업인데 하루에 약 40분 ~ 1시간 정도 투자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떤 행사가 있을 때면 근무량이 더 많아져 근무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도 했다. 매일 같은 시간에 한다는 것이 굉장히 귀찮았고 가끔 컴플레인 같은 것이 들어오면 해결하랴 힘들었다. 다음으로는 매우 귀찮았던 활동이 하나 더 있다. 바로 7) TA 활동이다. Teaching Assistant인데 나는 정규 TA가 아니고 그냥 어느 한 교수님이 시켜서 했다. 당연히 페이도 없었고 그냥 도와드리는 일이었는데 일이 커진 셈이다. 이것도 일주일에 1~2시간 씩은 할애할 수 밖에 없었다. 문서 작업하는 일이 전부이기 했지만 말이다. 계속 업데이트 해야 하고 교수님 지시대로 해야 하고 스트레스와 귀찮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노예였다. 이제 공부를 못 한 이유인지 안 한 이유인지 거의 다 다가온다.  8) 내가 안한 것도 있음. 공부를 애초에 처음부터 안 한 것은 당연히 아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매일 방에서 책을 피고 공부했다. 컴퓨터로 강의도 찾아보고 했는데 이해가 안됐다. 그래서 스스로 조금 포기한 것도 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이유로 도달했다. 나는 위 요인들도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요인들이라고 나열했는데 나를 가장 크게 방해했던 두 요인을 뽑자면 RA 활동과 룸메이트라고 말할 수 있겠다.  9) 룸메이트들의 성격이 모두 달랐다. 우선적으로 그들은 청소를 안 했다. 그래서 내가 했다. 물론 내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그들이 나에게 요청하는 도움이 많았다. 간단한 숙제를 도와달라 등등 간단하지만 귀찮게 하는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유일하게 동갑인 룸메이트 한 명은 곧 졸업이라 공부를 전혀 안했다. 거의 매일 같이 놀자고 방해하고 꼭 새벽시간에 밖에 나가자고 괴롭히고 너무나 괴로웠다. 나를 이렇게만 괴롭힌 것이 아니고, 내가 바쁘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을 방으로 불러서 놀고 야식을 먹곤 했다. 나는 공부하는데 그들이 같은 방에서 떠들고 놀고 컴퓨터게임하고 하니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은 그가 놀자는 요청에 못 이겨서 논 적도 꽤 있다. 그게 한 두번이면 괜찮은데 정말 은근 많이 나갔고, 그만큼 돈도 많이 썼다. 나랑은 조금은 안 맞는 룸메이트 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이런 이유들이 있었다. 은근 많은 것 같은데 실제로도 많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한 번에 하니 당연히 수면 부족에 공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핑계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정확하다. 이것은 핑계가 맞다. 내가 벌린 일이고 내가 하겠다고 한 것인데 누구에게 불평을 할 수 있을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듯하다. 다음번에는 시간계획을 더 잘 짜야겠다. 하.. 한숨만 나온다. 등록금이 더 비싼데 큰그림을 못 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인생의 정답이 있으면 재미는 없겠지만 걱정은 조금 덜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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